일론 머스크는 왜 미국의 모든 땅을 사버리지 않을까?
일론 머스크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하나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고, 그의 재산은 이미 웬만한 국가의 연간 경제 규모와 비교될 정도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머스크는 왜 그 많은 돈으로 미국의 땅을 전부 사버리지 않을까?
땅은 한정되어 있다. 주식은 새로 발행할 수 있고 기업도 새로 만들 수 있지만, 뉴욕 맨해튼 한복판의 땅을 새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
그렇다면 돈이 많은 사람이 땅을 계속 사들이면 언젠가는 모든 땅의 주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미국을 통째로 사려면 얼마가 필요할까?
2026년 10월 초 포브스가 추산한 머스크의 순자산은 약 9,360억 달러였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000조 원이 훌쩍 넘는 규모다.
그런데 미국의 전체 토지 면적은 약 22억 7,000만 에이커, 약 918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한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2026년 농장 부동산의 평균 가치는 에이커당 약 4,500달러다. 여기에 미국 전체 토지 면적을 단순히 곱하면 약 10조 달러가 나온다. 머스크의 재산보다 열 배 이상 큰 금액이다.
물론 실제 미국 땅값을 이런 방식으로 계산할 수는 없다. 농지 평균 가격에는 농장 건물의 가치도 포함되어 있고,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대도시의 땅은 농지보다 훨씬 비싸다.
무엇보다 미국 땅의 약 28%는 연방정부가 소유하고 있다. 국립공원이나 군사시설처럼 개인이 자유롭게 사들일 수 없는 땅도 많다.
돈이 충분하다고 모든 땅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것이 있다
조금 더 극단적으로 가정해 보자.
머스크가 미국의 모든 땅을 살 만큼 충분한 돈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그리고 모든 토지 소유자에게 땅을 팔라고 제안한다.
과연 모두가 팔까?
누군가는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팔겠지만, 누군가는 평생 살아온 집을 떠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어떤 기업은 사업을 위해 반드시 그 땅이 필요할 수도 있다.
자발적인 거래라면 소유자가 팔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순간 거래는 성립하지 않는다.
게다가 머스크가 땅을 대규모로 사들이기 시작하면 남아 있는 땅의 소유자들은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할 수 있다.
처음에는 10억 원에 살 수 있었던 땅도 마지막 한 조각만 남으면 100억 원을 요구할지 모른다.
재산의 시장가격을 모두 더한 금액과 그 재산을 실제로 전부 사들이는 비용은 다르다.
그런데 굳이 모든 땅을 살 필요가 있을까?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땅을 소유한다고 반드시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니다.
사막 한가운데 있는 땅 1만 평보다 뉴욕 중심가의 작은 건물 하나가 더 많은 임대수익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토지의 가치는 단순한 면적보다 위치와 활용도, 그곳에서 발생하는 경제활동에 크게 좌우된다.
머스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땅을 매입하는 데 수천억 달러를 사용한다면 그 돈으로 새로운 공장을 짓거나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할 기회를 포기해야 한다. 매년 재산세와 관리비도 부담해야 한다.
더구나 머스크의 재산 대부분은 현금이 아니라 기업 지분이다. 땅을 사기 위해 대규모로 주식을 매각하면 세금과 시장가격, 기업 지배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아무리 부자라도 모든 자산을 땅에 투자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부자가 땅을 계속 사들인다면?
그렇다고 이 질문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머스크 한 사람이 미국의 모든 땅을 사들이는 것은 비현실적이지만, 수많은 부자가 오랜 기간에 걸쳐 땅을 축적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임대주택 100채를 소유하고 있다고 해보자.
그는 매달 임대료를 받는다. 생활비를 제외한 수익으로 새로운 주택을 구매한다. 시간이 지나면 100채가 110채가 되고, 다시 120채가 될 수도 있다.
반면 집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은 매달 임대료를 지급한다. 소득에서 주거비를 제외하고 남는 돈이 적다면 새로운 자산을 축적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구조가 장기간 지속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자산을 가진 사람은 자산에서 발생하는 소득으로 더 많은 자산을 사들이고, 자산이 없는 사람은 노동소득의 상당 부분을 자산 소유자에게 지급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물론 현실에서는 투자 손실도 발생하고, 새로운 주택도 건설되며, 세금과 경쟁이 자산 축적을 제약한다. 모든 부자가 계속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다음 자산을 취득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땅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땅은 일반적인 상품과 조금 다르다.
자동차가 비싸면 구매하지 않을 수 있다. 명품 가방이 비싸면 다른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사람은 어딘가에서 살아야 한다.
주택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소유한 집에 임대료를 지급해야 한다. 기업도 사무실과 공장, 물류시설을 운영하려면 공간이 필요하다.
토지는 경제활동의 기본적인 기반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토지를 소유한다는 것은 단순히 재산을 보유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토지 소유자라고 해서 마음대로 임대료를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변에 대체 가능한 공간이 많다면 경쟁을 해야 하고, 법률과 세금, 각종 규제도 적용된다.
그러나 특정 지역의 토지가 소수에게 집중되고 대체할 수 있는 공간마저 부족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토지 소유는 경제적인 협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누가 세상을 소유하게 될까?
머스크가 미국의 모든 땅을 사버리지 않는 이유는 비교적 명확하다.
그럴 만큼의 돈이 없고, 모든 토지가 매물로 나와 있는 것도 아니며, 그렇게 하는 것이 반드시 수익성 높은 투자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의 질문을 조금 바꿔보면 더 흥미로운 문제가 남는다.
한 사람이 모든 땅을 소유할 수는 없더라도, 소수의 사람들이 대부분의 가치 있는 토지를 소유하게 된다면 어떨까?
그들은 임대료와 사업수익을 통해 자본을 축적하고, 축적한 자본으로 다시 토지와 기업을 매입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사람이 자산을 소유하게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소유가 점점 더 집중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집과 땅, 기업과 생산시설의 상당 부분이 소수의 소유로 집중된다면?
모든 거래가 합법적이고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더라도, 그 결과가 사회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별도로 생각해 볼 문제다.
한 사람이 세상의 모든 땅을 사들이는 것보다, 세상의 땅이 점점 더 적은 사람의 소유가 되는 과정이 현실적으로 더 중요한 질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다.
땅은 유한한데, 왜 개인의 소유에는 한도가 없을까?
EP.01 끝